잘 먹던 아이가 갑자기 숟가락을 밀어냅니다. 침을 평소보다 많이 흘리고, 물컵만 대도 울면서 고개를 돌리죠. 입안을 들여다보니 하얗거나 붉은 게 헐었네요. 이쯤 되면 부모 손은 이미 검색창으로 갑니다.
그런데 아기 구내염은 병명 하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입안 점막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통칭할 뿐이라, 원인은 바이러스일 수도 곰팡이일 수도 있고 아무 감염 없이 생기기도 합니다. 원인에 따라 약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옮는 것과 안 옮는 것이 갈리죠. 다행히 구분하는 단서는 어렵지 않아요. 입안 어디가 헐었는지, 잇몸은 어떤지, 열은 나는지 이 세 가지면 대부분 방향이 잡힙니다.
목차
잇몸이 붓고 피가 나면 헤르페스성 치은구내염

생후 6개월에서 다섯 살 사이 아이가 입안 통증으로 병원에 가면 꽤 자주 듣게 되는 진단입니다. 단순포진 바이러스 1형(HSV-1)에 태어나서 처음 감염될 때 나타나는 모습이거든요. 어른의 입술 물집을 만드는 그 바이러스가 맞습니다. 성인은 재발할 때 입술에만 조그맣게 올라오지만, 첫 감염을 겪는 아이는 입안 전체가 뒤집어집니다.
구별되는 특징이 뚜렷합니다.
- 잇몸이 벌겋게 붓고 만지면 피가 납니다 — 다른 구내염에는 잘 없는 소견
- 39~40도까지 오르는 고열이 며칠 이어집니다
- 혀, 볼 안쪽, 입술 안쪽까지 물집과 궤양이 광범위하게 퍼집니다
- 입 주변 피부와 턱 밑 림프절이 붓기도 합니다
- 입냄새가 심해집니다
아이가 겪는 통증은 이 중에서도 가장 심한 축입니다. 물 한 모금도 거부하는 경우가 흔해서 탈수로 입원까지 가기도 하고요. 어른이 입술에 물집이 났을 때 아이에게 뽀뽀하거나 숟가락을 같이 쓰다 옮는 경로가 대표적입니다.
72시간이 지나면 약을 써도 소용이 적습니다
잇몸을 굳이 눈여겨보라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아이 입안이 허는 병들 가운데 항바이러스제가 듣는 거의 유일한 경우거든요. 아시클로버를 증상 시작 후 72시간 안에 쓰면 병변이 아무는 기간도, 열나는 기간도 짧아집니다. 반대로 시기를 놓치면 바이러스 증식이 이미 정점을 지나서 약을 써도 얻는 게 적어집니다.
그러니 잇몸에서 피가 비치고 고열이 함께 온다면 며칠 지켜보지 말고 이튿날 안에 소아청소년과에 가는 편이 낫습니다. 처방 여부는 아이 나이와 상태를 보고 의사가 판단하는데, 신생아나 저체중아는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아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목젖 근처만 헐었다면 헤르판지나
입을 벌려도 앞쪽은 멀쩡한데 아이는 삼킬 때마다 웁니다. 손전등으로 목구멍 안쪽을 비춰보면 목젖 주변과 입천장 뒤쪽에 작은 물집이 몇 개 보이죠. 포진성 구협염, 흔히 헤르판지나라고 부르는 상태입니다.
콕사키 A 바이러스가 주범이고 여름철에 몰려서 유행합니다. 갑작스러운 고열과 목 통증으로 시작해 이틀 안에 1~2mm짜리 물집이 잡히는데, 위치가 목구멍 안쪽에 국한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앞쪽 잇몸이나 혀끝은 깨끗하고, 손발에는 아무것도 나지 않아요.
특별한 치료제는 없고 대개 일주일 안에 가라앉습니다. 다만 삼킬 때 아파서 물을 거부하는 정도가 심한 편이라, 탈수 관리가 관건이에요.
손발에도 발진이 있다면 수족구병
같은 장바이러스 계열이라 헤르판지나와 입안 모습이 닮았습니다. 갈리는 지점은 딱 하나, 손등과 발등에 발진이 올라오느냐죠. 다만 발진은 입안 물집보다 하루쯤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첫날에는 구분이 안 됩니다.
헐어 있는 범위도 다릅니다. 수족구는 앞쪽 혀와 볼 안쪽까지 두루 퍼지는 반면, 헤르판지나는 목구멍 뒤쪽에 머물러요. 증상이 나타나는 순서와 지켜볼 신호는 👉 아기 수족구 초기증상, 감기와 헷갈릴 때 확인할 순서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여름철이라면 어린이집에서 지금 도는 병이 뭔지 확인해보는 것도 판단에 도움이 되고요.
열 없이 한두 개만 있다면 아프타성 구내염
가장자리가 붉고 가운데는 하얗게 옴폭 팬 궤양이 한두 개, 많아야 서너 개 보입니다. 아이는 아파하지만 열은 없고 컨디션도 그럭저럭이죠. 어른들이 흔히 겪는 그 구내염과 같습니다.
감염이 아니라서 형제자매에게 옮지 않습니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 반응 이상, 피로, 철분이나 비타민 B12 부족, 볼을 씹거나 칫솔에 긁힌 상처 같은 것들이 얽혀 있다고 봅니다. 1~2주면 저절로 낫고요.
주의할 점은 반복이에요. 몇 주 간격으로 계속 재발한다면 영양 상태나 다른 원인을 한 번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성인의 재발 양상과 관리법은 👉 혓바늘 원인과 빨리 낫는 법, 혀 갈라짐 차이까지에 정리해뒀습니다.

하얀 백태가 안 닦이면 아구창
돌 전 아기에게 특히 흔합니다. 혀와 볼 안쪽에 우유 찌꺼기 같은 크림색 막이 껴 있는데, 거즈로 닦아도 잘 안 떨어지고 억지로 문지르면 그 자리가 벌겋게 벗겨지며 피가 비칩니다. 칸디다라는 곰팡이균이 늘어나서 생기는 구강 칸디다증이에요.
분만 과정에서 옮거나, 항생제를 먹은 뒤 입안 균형이 깨지면서 생기기도 합니다. 신생아의 5% 정도에서 나타날 만큼 드물지 않아요. 열은 없고 통증도 앞의 바이러스성만큼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
그냥 두면 잘 안 없어지고, 니스타틴 현탁액 같은 항진균제를 발라야 정리됩니다. 우유 찌꺼기와 헷갈리기 쉬우니 닦아서 떨어지는지로 먼저 가늠해보세요. 모유 수유 중이라면 엄마 유두까지 함께 치료해야 할 때도 있고요.
여기까지를 한눈에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 원인 | 헌 자리 | 열 | 전염 | 약 |
| 헤르페스성 치은구내염 | 잇몸 부종·출혈, 입안 전체 | 39~40도 | 있음 | 항바이러스제(72시간 내) |
| 헤르판지나 | 목젖 주변·입천장 뒤쪽 | 고열 | 있음 | 없음 |
| 수족구병 | 혀·볼 안쪽 + 손발 발진 | 흔함 | 있음 | 없음 |
| 아프타성 구내염 | 한두 개, 흰 궤양 | 없음 | 없음 | 없음(대증) |
| 아구창 | 안 닦이는 크림색 막 | 없음 | 드묾 | 항진균제 |
아기 구내염, 원인이 무엇이든 통증부터 잡아야 합니다
진단이 나오기 전에도 부모가 할 일은 정해져 있어요. 아이가 아파서 안 먹으면 탈수가 오고, 탈수가 오면 입원하니까요. 순서를 뒤집어서 통증을 먼저 눌러놓고 먹이는 방식이 실제로 잘 통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을 식사 30분 전에 먹여보세요. 약효가 오를 때쯤 식사를 시작하면 훨씬 수월하게 넘깁니다. 연령별 용량과 성분 선택 기준은 👉 어린이 감기약 추천 | 연령별 안전한 제품과 복용 주의사항을 참고하시고요.
먹여도 되는 것과 피할 것
차갑고 부드럽고 싱거운 쪽이 원칙입니다. 온도가 낮으면 통증이 무뎌지고, 씹을 게 없으면 궤양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 좋은 것: 시원한 우유, 요거트, 아이스크림, 식힌 미음이나 죽, 계란찜, 연두부, 부드러운 과일
- 피할 것: 오렌지주스와 귤 같은 신 과일, 뜨거운 국, 짠 반찬, 과자처럼 딱딱하고 모난 것
빨대를 쓰면 아픈 자리를 피해 넘길 수 있어 유용합니다. 반대로 한 번에 많이 먹이려 하면 실패하니, 양을 줄이고 횟수를 늘리세요. 참고로 꿀은 돌 전 아기에게 먹이면 안 됩니다.
입안에 바르는 마취 연고는 함부로 쓰지 마세요
통증이 심해 보이면 약국에서 파는 구강용 진통 겔에 손이 가죠. 그런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벤조카인이 든 구강 제품을 만 2세 미만에게 쓰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혈액이 산소를 제대로 못 나르는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 드물게 발생하는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서입니다. 리도카인 겔도 마찬가지예요. 삼키면 목이 마비돼 사레들릴 수 있거든요.
아이 입안에 바르는 약은 소아청소년과나 치과에서 상태를 보고 처방받는 쪽이 안전합니다. 어른이 쓰던 구내염 약을 아이에게 나눠 쓰는 건 특히 피하세요.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
구내염 자체보다 무서운 건 못 먹어서 생기는 탈수입니다. 아이가 처지기 시작하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으니, 눈에 보이는 지표로 확인하는 게 확실합니다.
지체 없이 진료를 받아야 할 때
- 기저귀가 6시간 넘게 말라 있거나 소변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을 때
- 입술과 혀가 바싹 마르고 울어도 눈물이 안 날 때
- 물조차 전혀 넘기지 못할 때
- 축 늘어져 놀지 않고 계속 누워 있으려 할 때
- 고열이 사흘 넘게 이어지거나 해열제로도 잡히지 않을 때
- 잇몸 출혈과 고열이 동반될 때(항바이러스제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3개월 미만 영아가 열이 난다면 원인과 관계없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기 구내염은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아뭅니다. 그래도 첫날에 손전등 하나 들고 입안을 제대로 살펴보는 일은 해볼 만합니다. 잇몸에서 피가 비치는지, 헌 자리가 목구멍 안쪽인지 앞쪽인지, 손발에는 뭐가 났는지. 이 몇 가지가 그냥 견뎌도 되는 상황인지 오늘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인지를 갈라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구내염은 형제자매에게 옮나요?
원인에 따라 다릅니다. 헤르페스성, 헤르판지나, 수족구는 침과 물집 진물로 옮으니 수건과 식기를 따로 쓰고 손 씻기를 챙겨야 합니다. 반면 아프타성 구내염은 감염이 아니라 옮을 걱정이 없어요.
어른이 입술 물집이 있는데 아이에게 옮길 수 있나요?
옮깁니다. 어른의 재발성 입술 물집과 아이의 첫 감염은 같은 바이러스예요. 물집이 있는 동안에는 뽀뽀, 숟가락 공유, 손으로 입 만진 뒤 아이 만지기를 피하세요.
어린이집에는 언제부터 보낼 수 있나요?
바이러스성 구내염은 물집이 마르고 열이 내린 뒤에 보내는 것이 기준입니다. 정확한 등원 시점은 진단명에 따라 다르니 진료 시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양치질은 계속 시켜야 하나요?
아파도 구강 위생은 유지하는 편이 낫습니다. 세균 감염이 겹치면 회복이 늦어지거든요. 다만 칫솔모가 궤양을 건드리면 아이가 완강히 거부하니, 부드러운 칫솔로 살살 하거나 생리식염수로 헹궈주는 방법을 씁니다.
재발이 잦은데 영양제를 먹여야 할까요?
철분이나 비타민 B12, 엽산이 부족하면 아프타성 구내염이 잦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임의로 보충제를 시작하기보다 혈액검사로 실제 부족한지 확인한 뒤 결정하는 순서가 맞습니다.
참고 자료
최종 업데이트: 2026년 7월 22일
아기 구내염에 관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입안 병변은 겉모습이 비슷해도 원인이 달라 치료가 갈리고, 헤르페스성 치은구내염처럼 시기를 놓치면 약을 쓰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가 입안 통증을 보이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으시고, 물을 넘기지 못하거나 탈수 징후가 보이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하세요. 여기 적힌 내용으로 자가 진단하거나 약을 임의로 사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복잡한 건강 정보를 쉽게 풀어 전하는 에디터 이윤정입니다. 흩어진 건강 상식을 병원·공공기관 자료로 하나하나 확인해서, 오늘 바로 실천할 수 있게 정리해요. 딱딱한 의학 용어 대신, 곁에서 알려주는 친구처럼 편하게 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