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아침마다 올리브오일을 챙겨 먹고 있는데 화장실 사정은 그대로일 때가 있습니다. 올리브오일 변비에 좋다는 말을 듣고 시작한 거라면 더 그렇고요. 양이 모자란 건지, 원래 이만큼 걸리는 건지 판단이 안 섭니다.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다만 어떤 조건에서 그런지, 효과를 못 보고 있다면 어디를 봐야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목차
올리브오일 변비에 어떻게 작용할까
기름은 소화되지 않고 남은 일부가 대장까지 내려갑니다. 변의 표면을 감싸서 덜 마르게 하고, 장벽과의 마찰을 줄여 내용물이 지나가기 쉽게 만들어요. 병원에서 쓰는 광물유 완하제가 노리는 것도 같은 작용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지방이 십이지장에 들어오면 담즙이 분비되는데, 담즙산 자체가 대장을 자극해 움직임을 키웁니다. 그래서 기름은 변을 무르게 하는 것과 장을 움직이게 하는 것, 두 가지를 함께 합니다.
근거는 어디까지 있을까
실제로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 변비가 있는 혈액투석 환자 50명을 세 무리로 나눠 광물유, 올리브오일, 아마씨유를 각각 4주 동안 먹였어요. 시작 용량은 하루 4mL였습니다. 결과는 세 무리 모두 변비 점수가 좋아졌고, 올리브오일이 광물유와 비슷한 정도였습니다(Journal of Renal Nutrition).
여기서 눈여겨볼 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양입니다. 4mL면 작은 스푼 하나도 안 됩니다. 변비 때문에 먹는 거라면 큰 스푼으로 들이켤 이유가 없다는 뜻이에요. 오히려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묽은 변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대상입니다. 혈액투석을 받는 사람들이었어요. 수분 제한을 받고 활동량도 적어서 변비가 잘 생기는 조건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변비에 그대로 옮겨 적용하기는 어렵고, 참고할 만한 방향 정도로 보면 됩니다.
배변 변화는 며칠이면 알 수 있을까
연구에서 쓴 기간이 4주였습니다. 다만 배변에 변화가 느껴지는 건 대개 그보다 빨라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챙겨 먹어보면 방향이 잡힙니다.
양은 작은 스푼 하나로 시작해 큰 스푼 하나까지가 적당합니다. 아침 공복이 편하다면 그때, 속이 불편하다면 식사 직후로 옮겨도 됩니다.
열흘을 채웠는데 아무 변화가 없다면 양을 더 늘리기보다 다른 곳을 확인할 때입니다.
먹는데도 그대로라면 확인할 것
기름은 변을 지나가게 돕는 역할이지, 변을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아래 네 가지가 빠져 있으면 기름만으로는 잘 안 움직여요.
물을 얼마나 마시는지 — 변이 딱딱한 상태에서는 기름을 얹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하루 1.5~2L가 기준이고, 커피나 술은 여기서 빼고 세는 게 좋아요.
식이섬유가 들어오는지 —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이 잡은 하루 섭취량은 성인 남성 30g, 여성 20g입니다. 채소를 거의 안 먹으면서 기름만 넣으면 정작 내보낼 변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음식에 많은지는 변비 완화에 좋은 식품에 정리돼 있습니다.
변의를 참는지 — 신호가 왔을 때 미루면 직장이 그 자극에 둔해집니다. 아침 식사 뒤 10~20분이 장이 가장 활발한 때라, 그 시간에 화장실에 앉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됩니다.
먹는 약이 있는지 — 철분제, 칼슘제, 일부 진통제와 항우울제, 혈압약 중 일부는 변을 굳게 만듭니다. 약을 새로 먹기 시작한 뒤부터 막혔다면 그 약을 먼저 의심해볼 만해요.
섭취 후 더 나빠진 경우
올리브오일을 먹고 나서 전보다 나빠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개 기름 자체보다 같이 바뀐 것들이 원인입니다.
가장 흔한 건 섬유는 늘렸는데 물은 그대로인 경우예요. 식이섬유는 수분을 끌어당겨 부풀어야 제 역할을 하는데, 마실 물이 부족하면 오히려 덩어리가 단단해집니다.
기름을 챙기면서 밥이나 빵을 줄인 경우도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크게 줄이면 곡물에서 오던 섬유가 같이 빠져나가요. 지방만 늘고 섬유가 줄면 변이 작고 단단해집니다.
변비약을 쓰던 중이라면 약도 같이 봐야 합니다. 자극성 완하제를 오래 쓰다 끊으면 한동안 장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시기가 옵니다. 기름을 시작한 시점과 겹치면 기름 탓으로 보이기 쉬워요.
레몬즙, 유산균, 사과식초를 추가하면
많이 묻는 조합인데 성격이 조금씩 달라요.
레몬즙은 기름 맛을 덮는 용도로 유용합니다. 신맛이 목 넘김을 편하게 해줘요. 다만 레몬즙 자체가 배변을 밀어준다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아요.
유산균은 함께 먹어도 부딪치지 않습니다. 장내 세균 구성을 바꿔 배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는데, 균주에 따라 결과가 달라서 한 달쯤 먹어보고 판단하는 편이 낫습니다.
사과식초는 빈속에 산을 넣는 것이라 위가 예민한 분에게는 부담이 됩니다. 역류 증상이 있다면 피하세요.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
생활을 고쳐도 안 되는 변비는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기름이나 변비약으로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입니다.
- 변에 피가 섞이거나 검은 변이 나올 때
- 체중이 이유 없이 줄 때
- 변이 갑자기 가늘어졌을 때
- 배변 습관이 갑자기 달라져 몇 주째 돌아오지 않을 때
- 50세가 넘어 처음 생긴 변비일 때
- 배가 심하게 아프거나 부풀고 가스도 안 나올 때
특히 배가 심하게 아프면서 가스도 안 나오는 경우는 응급 상황일 수 있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자주 묻는 것
공복에 먹어야 더 잘 듣나요?
공복이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없습니다. 아침 공복을 권하는 건 잊지 않고 챙기게 되고, 아침 식사 뒤 장이 활발해지는 시간과 이어지기 때문이에요.
많이 먹을수록 잘 나오나요?
어느 선을 넘으면 배변이 좋아지는 대신 묽은 변이나 설사로 갑니다. 연구에서 쓴 양이 하루 4mL였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아요.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대신해도 되나요?
기름이 변을 무르게 하는 작용은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에게 시험해본 자료가 있는 건 올리브오일과 아마씨유입니다.
아이한테 먹여도 되나요?
소아 변비는 원인과 치료가 성인과 달라서 임의로 기름을 먹이기보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상담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변비약이랑 같이 먹어도 되나요?
겹쳐도 큰 문제는 없지만 둘 다 무르게 만드는 방향이라 설사가 날 수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약사에게 먼저 확인하세요.
변 모양이 달라진 게 신경 쓰인다면 그것부터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출처 — Journal of Renal Nutrition 「The Short-Term Effects of Olive Oil and Flaxseed Oil for the Treatment of Constipation in Hemodialysis Patients」(변비 있는 혈액투석 환자 50명 무작위배정, 광물유·올리브오일·아마씨유 4주 비교, 시작 용량 하루 4mL, 로마 III 기준 점수 세 군 모두 개선) · MSD매뉴얼 일반인용 「성인의 변비」(경고 증상과 진료가 필요한 경우) · 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식이섬유 성인 남성 30g, 여성 20g)
안내 —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혈변·검은 변, 원인 모를 체중 감소, 갑작스러운 배변 습관 변화가 있거나 50세 이후 새로 생긴 변비라면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조정 전에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복잡한 건강 정보를 쉽게 풀어 전하는 에디터 이윤정입니다. 흩어진 건강 상식을 병원·공공기관 자료로 하나하나 확인해서, 오늘 바로 실천할 수 있게 정리해요. 딱딱한 의학 용어 대신, 곁에서 알려주는 친구처럼 편하게 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