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를 한두 개 먹고 나면 혀끝이나 입천장이 얼얼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한 것도 아니고 매운 것도 아닌데 따끔거리니 그냥 원래 그런 과일인가 싶어 넘기게 됩니다.
대개는 넘겨도 되는 자극이 맞습니다. 다만 같은 따끔거림이라도 알레르기의 첫 신호인 경우가 있어서, 어느 쪽인지는 몇 가지만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주요 내용
무화과를 먹으면 입안이 따끔거리는 이유
무화과를 자르면 나오는 흰 즙에는 피신(ficin)이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들어 있습니다. 이 효소가 입안 점막의 단백질을 건드리면서 얼얼하고 따끔한 느낌을 만듭니다. 파인애플이나 키위를 먹을 때 혀가 아린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피신은 덜 익은 열매와 껍질 쪽에 더 많습니다. 그래서 잘 익은 무화과를 껍질 벗겨 먹으면 같은 사람이라도 훨씬 덜 느낍니다. 반대로 덜 익은 것을 껍질째 여러 개 먹으면 입안이 화끈거릴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효소에 의한 자극은 먹는 동안과 직후에만 나타나고, 물로 헹구거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 가라앉습니다. 입술이 붓거나 몸에 두드러기가 오르는 일도 없습니다.
무화과 알레르기가 의심되는 세 가지 단서
따끔거림이 알레르기 쪽일 때 가장 흔한 형태는 구강알레르기증후군입니다. 꽃가루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생과일이나 생채소를 먹었을 때 입술과 입안, 목에 가려움과 부종이 생기는 반응으로, 꽃가루 단백질과 과일 단백질이 비슷하게 생겨서 면역계가 헷갈리는 데서 옵니다.
생각보다 흔합니다. 꽃가루알레르기 환자 648명을 조사한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 41.7%가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을 함께 갖고 있었습니다. 성인 식품알레르기의 절반가량이 이 형태라는 내용이 🔗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지 리뷰에 실려 있습니다.
단서는 세 가지입니다.
- 봄가을에 코가 막히거나 눈이 가렵다: 꽃가루알레르기가 바탕에 깔려 있으면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 익히면 괜찮다: 구운 무화과나 잼은 멀쩡한데 생것만 반응한다면 이쪽입니다. 열을 가하면 원인 단백질이 변형돼 반응이 사라집니다.
- 무화과만 그런 게 아니다: 사과, 복숭아, 참외, 견과류에서도 비슷하게 입이 가렵다면 개별 과일 문제가 아닙니다.
효소 자극은 익히든 생것이든 덜 익은 것에서 더 세게 나타나지만,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은 생것에서만 나타나고 익히면 조용해집니다. 이 차이가 가장 실용적인 단서입니다.
따끔거림이 전신 증상으로 번지는 위험 인자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은 대부분 입안에서 끝나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앞의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는 환자의 8.9%가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해외 보고치인 1.7%보다 높은 수치라 국내 환자에게는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신 증상으로 번질 위험이 큰 쪽은 이런 경우입니다.
- 같은 음식에 전신 증상을 보인 적이 있는 경우: 예전에 두드러기나 구토까지 갔던 경험이 있다면 다음번에도 그럴 수 있습니다.
- 익힌 음식에도 반응하는 경우: 열에 견디는 단백질에 반응한다는 뜻이라 반응이 더 셉니다.
-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위험 인자로 함께 꼽힙니다.
해당된다면 무화과를 먹고 입이 따끔거렸을 때 그냥 넘기지 말고 알레르기내과에서 확인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진료가 필요한 신호
다음은 자극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 입술이나 눈 주위가 붓는 경우: 따끔거림과 달리 부기는 알레르기 반응입니다.
- 두드러기가 팔다리나 몸통으로 번지는 경우: 입안을 벗어났다는 신호입니다.
- 목이 조이거나 목소리가 잠기는 경우: 후두 부종일 수 있어 지체하면 안 됩니다.
- 숨쉬기 힘들거나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는 경우: 아나필락시스입니다. 119에 연락하고 눕혀 다리를 올립니다.
아나필락시스를 겪은 적이 있다면 에피네프린 자가주사를 처방받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비슷하게 급하게 번지는 반응의 대처는 👉 벌 쏘임 붓기가 커질 때, 병원 가야 하는 크기와 시간에서 다뤘습니다.
효소 자극이라면 줄이는 방법
알레르기가 아니라 피신에 의한 자극이라면 먹는 방식만 바꿔도 대부분 해결됩니다.
가장 확실한 건 잘 익은 것을 고르는 것입니다. 무화과는 따고 나서 후숙이 잘 안 되는 과일이라 살 때 이미 익어 있어야 합니다. 껍질에 잔주름이 잡히고 손에 쥐었을 때 말랑한 것, 밑동이 살짝 벌어진 것이 익은 쪽입니다. 단단하고 매끈한 것은 덜 익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따끔거린다면 껍질을 벗기거나, 잼이나 조림처럼 익혀서 먹으면 효소가 열에 변형돼 자극이 사라집니다. 먹은 뒤 입안이 얼얼할 때는 물이나 우유로 헹구면 빨리 가라앉습니다. 알레르기가 아닌 이상 이 자극이 몸에 남는 문제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매번은 아니고 어떤 무화과에서만 따끔거리는데 왜 그런가요?
익은 정도가 달라서입니다. 피신은 덜 익은 열매에 많아 같은 상자에서도 덜 익은 것이 유독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매번 일정하게 반응한다면 알레르기 쪽을 의심하는 편이 맞습니다.
아이가 무화과를 먹고 입 주변이 빨개졌습니다.
과즙이 닿은 자리만 붉어졌다가 씻고 나서 가라앉으면 접촉 자극인 경우가 많습니다. 붉은 기가 번지거나 부어오르거나, 먹을 때마다 반복된다면 소아청소년과나 알레르기내과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말린 무화과나 무화과잼도 따끔거리나요?
가공 과정에서 효소가 변형되기 때문에 생것보다 훨씬 덜합니다. 익힌 형태에서는 괜찮은데 생것에서만 증상이 있다면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의 특징에 해당합니다.
따끔거려도 계속 먹어도 되나요?
입안에서 끝나고 금방 가라앉는 정도라면 먹어도 됩니다. 다만 반응이 회를 거듭할수록 세지거나 입안을 벗어난 적이 있다면 임의로 계속 먹지 말고 검사를 받아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따끔거림 하나로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익히면 괜찮은지, 다른 과일에서도 그런지, 입안을 벗어난 적이 있는지 이 세 가지를 기억해 두었다가 진료 때 그대로 말하면 진단이 빨라집니다.
콜린성 두드러기 원인, 땀보다 체온 변화가 문제인 이유
출처 —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Allergy Asthma Respir Dis」 구강알레르기증후군(2018;6:85-89)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꽃가루 알레르기」
안내 —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이어지면 진료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복잡한 건강 정보를 쉽게 풀어 전하는 에디터 이윤정입니다. 흩어진 건강 상식을 병원·공공기관 자료로 하나하나 확인해서, 오늘 바로 실천할 수 있게 정리해요. 딱딱한 의학 용어 대신, 곁에서 알려주는 친구처럼 편하게 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