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은 오랫동안 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약밖에 없던 병입니다. 그런데 올해 자기 유전자 변이에 맞춰 만든 RNA 치료제를 맞고 증상이 실제로 나아진 환자가 처음 나왔고, 이 사례는 9월 국제 학술지 🔗 네이처(Nature)에 소개됐어요. CHCHD10이라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던 환자인데, 치료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치료는 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에 맞춰 약을 만드는 방식이라, 어떤 변이를 가졌는지에 따라 쓸 수 있는 루게릭병 치료제가 달라집니다. 국내에서도 SOD1 변이 환자를 위한 칼소디가 이미 허가를 받아 투여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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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RNA 치료가 하는 일
루게릭병은 근육을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운동신경세포가 조금씩 망가지면서 근육이 약해지는 병입니다. 일부 환자는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서, 그 변이 때문에 몸에 해로운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신경세포를 상하게 해요.
단백질은 유전자에 적힌 정보가 RNA로 옮겨진 다음 그 RNA를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맞춤형 RNA 치료제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라고 부르는 짧은 합성 핵산으로, 이 RNA에 달라붙어 분해되도록 만들어요. 해로운 단백질이 덜 만들어지니 신경세포가 망가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게 이 치료의 원리입니다.
이 약은 먹거나 팔에 맞는 주사로는 뇌와 척수까지 닿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허리 쪽 척추 사이에 바늘을 넣어 척수를 둘러싼 공간에 직접 주입하는데, 척수액 검사를 할 때와 같은 방식이에요. 이미 망가진 신경세포를 되살리는 치료는 아니라서, 목표는 지금 남아 있는 기능을 최대한 오래 지키는 것입니다.
루게릭병 치료제가 해당되는 환자
맞춤형 RNA 치료는 약마다 겨냥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어서, 그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루게릭병 환자 가운데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0% 안팎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원인 유전자를 찾지 못한 경우예요. 변이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리루졸이나 에다라본 같은 기존 치료가 기본이 되고, 새로운 치료 소식은 주치의와 함께 계속 확인해 가면 됩니다.
SOD1 변이 —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칼소디
SOD1은 유전성 루게릭병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밝혀진 유전자입니다. 국내에서 허가된 칼소디(성분명 토퍼센)가 바로 이 SOD1 변이 환자를 위한 약이에요. SOD1 변이 환자는 전체 루게릭병 환자의 3%가 안 되고, 국내에는 50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CHCHD10 변이 — 증상이 나아진 첫 사례
증상이 나아진 환자가 가진 CHCHD10 변이는 SOD1보다도 훨씬 드뭅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드문 변이마다 맞춤 약을 따로 설계하는 연구(컬럼비아대학교와 n-Lorem의 사일런스 ALS)가 이어지고 있고, CHCHD10 변이 환자 9명이 이렇게 만든 약을 맞았어요. 약 하나를 만드는 데 3년이 걸렸는데, 예전 같으면 환자가 너무 적어 아무도 만들지 않았을 약입니다. 아직 국내에서 허가된 약은 없고 좋아진 결과도 한 사람의 것이라, 다른 환자들의 경과는 앞으로 더 나올 예정이에요.
칼소디의 국내 허가와 비용
칼소디는 2025년 8월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았습니다. 효과를 최종 확인하는 임상시험 결과를 나중에 내는 조건으로 먼저 허가한 것이고, 병이 계속 나빠지는데 쓸 수 있는 약이 적다는 점이 고려됐어요.
조건부로 허가가 난 이유
3상 임상시험에서 28주 동안 일상 기능 점수를 비교했을 때 가짜약과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어요. 대신 신경이 손상될 때 늘어나는 단백질인 뉴로필라멘트 경쇄(NfL) 수치가 48~67% 줄었고, 이 수치가 앞으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보고 미국 FDA도 2023년 4월 신속 승인을 내줬습니다. 국내에서도 투여 뒤 병이 멈춘 것 같다는 환자 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졌어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어서, 투여를 시작하면 주치의와 함께 경과를 지켜보게 됩니다.
1년에 3억 원이 넘는 비용과 건강보험 급여
가장 크게 부딪히는 건 비용입니다. 미국 약가를 기준으로 한 병에 2,200만 원 안팎이고, 1년이면 3억 원이 넘어요(🔗 데일리팜). 허가와 동시에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했지만, 2026년 9월 현재까지 급여가 정해졌다는 소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제약사의 무상 지원 프로그램으로 투여를 받는 환자들이 있어서, 대상이 되는지는 주치의를 통해 문의할 수 있어요.
투여는 처음 세 번을 2주 간격으로 맞고, 그다음부터는 4주마다 한 번씩 맞습니다. 매번 척수 쪽으로 주사를 놓아야 해서 가까운 곳에서 계속 다닐 수 있는 병원인지도 함께 따져 봐야 해요.
지금 가족이 확인할 것
가장 먼저 확인할 건 유전자 검사를 받았는지예요. 루게릭병 진단을 받을 때 유전자 검사를 함께 받은 경우도 있고 안 받은 경우도 있어요. 받았다면 결과지를 달라고 해서 SOD1이 검사한 유전자 목록에 들어 있었는지 보시고, 안 받았다면 다니는 신경과 주치의에게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 SOD1 변이가 확인됐다면: 주치의에게 칼소디 투여가 가능한 병원과 무상 지원 프로그램 대상이 되는지 물어보세요
- 다른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면: 국내에 허가된 약은 없지만, 해외 임상시험이나 연구 참여 가능성을 주치의와 상의해 볼 수 있습니다
- 변이가 없다면: 지금 받는 치료와 재활을 꾸준히 이어 가시면서, 새로 나오는 치료나 임상시험 소식을 주치의에게 계속 물어보세요
어느 경우든 루게릭병은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이라, 등록하면 진료비 본인부담이 10%로 줄어듭니다. 아직 등록하지 않았다면 진단받은 병원에 신청을 요청하세요. 의료비 지원 사업 대상인지는 🔗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에서 질환명으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유전자 변이가 없어도 칼소디를 맞으면 도움이 되나요?
칼소디는 SOD1 변이로 생기는 단백질만 줄이는 약이라, 이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는 효과를 기대할 근거가 없습니다. 허가도 SOD1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만 나 있어요.
가족도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환자에게 변이가 확인됐다면 가족이 같은 변이를 가졌을 수 있습니다. 다만 검사 결과는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라, 검사부터 받기보다 유전 상담을 먼저 받고 받을지를 정하는 게 좋습니다. 주치의에게 유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물어보세요.
네이처에 나온 맞춤형 치료는 국내에서도 받을 수 있나요?
아직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경로는 없습니다. 환자 한 사람의 변이에 맞춰 약을 따로 만드는 방식이라 일반 약처럼 허가를 받아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려요. 해외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지는 주치의를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근육이 떨려서 루게릭병부터 걱정하고 있다면, 흔한 원인부터 먼저 확인해 보세요.
출처 — Nature News 「First for RNA therapy: man with rare motor-neuron disease improves after treatment」(2026-09) · 데일리팜 「ALS 치료제 ‘칼소디’ 허가 조건…”임상결과 추후 제출”」(2025-08-21) 「약 없는 루게릭병 신약 ‘칼소디’, 급여화 여정 시작」(2025-11-25) · 국민일보 「”신약 효과 컸는데… 무상 지원 끝나면 1년에 3억이래요”」 · 미국 FDA 토퍼센(Qalsody) 승인 심사 자료(2023) · Columbia University·n-Lorem Silence ALS ·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
안내 —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치료 대상 여부와 투여는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허가·급여 상태는 2026년 9월 기준이며 바뀔 수 있습니다.
복잡한 건강 정보를 쉽게 풀어 전하는 에디터 이윤정입니다. 흩어진 건강 상식을 병원·공공기관 자료로 하나하나 확인해서, 오늘 바로 실천할 수 있게 정리해요. 딱딱한 의학 용어 대신, 곁에서 알려주는 친구처럼 편하게 전할게요.